전기차 화재와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출발점으로 지목되는 사건은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였다. 기존의 전기차 화재는 대체로 충돌 등 물리적 충격에 의해 발생했지만, 청라 사고는 차량 자체가 발화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만 해도 38억 원에 달한다.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32건 중 3분의 1은 차량 자체와 관련된 화재였으며, 이 가운데 4건은 배터리 이상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행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전고체 배터리로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방식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그만큼 화재나 폭발 위험성도 크다. 독일 보험협회 산하 화재 예방 연구소(VDS)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계적 손상, 과방전, 과충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내부 과열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폭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밀도 및 출력 향상도 기대된다. 즉,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성능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벤츠의 새로운 도전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 불릴 정도로 전기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전고체 배터리 셀 전문기업 팩토리얼이 벤츠와 공동 개발한 용량 40Ah급 전고체 배터리 셀 ‘솔스티스(Solstice)’를 공개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다.
외신들은 이번 솔스티스 셀 용량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전고체 배터리 셀은 10Ah 전후로, 실제 전기차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솔스티스는 초소형 양산 전기차 수준의 전력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용량을 끌어올려, 상용화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년 내 상용화 목표… 청라 사고 부담 덜까
솔스티스는 벤츠와 팩토리얼이 공동 개발한 ‘FEST’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공정과 호환이 가능해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안전성과 수명, 에너지 밀도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벤츠와 팩토리얼 측은 다양한 실차 테스트를 통해 약 5년 내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벤츠는 청라 전기차 폭발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이러한 불신을 잠재우고, 벤츠가 차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