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계 전설 ‘이스타나’, 중고 가격이 아직도 현역차 수준이라는 ‘근황’

김준식 기자

ssangyong istana

과거 국산 승합차 시장은 단순한 ‘미니밴’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대가족 이동, 학원·교회 차량 등으로 곳곳에서 사랑받았던 11~15인승 승합차들이 주류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카니발이 11인승 모델을 단종하고 스타리아와 쏠라티 정도만이 남으면서, 신차로 살 수 있는 국산 승합차 선택 폭은 크게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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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대차 그레이스, 기아 프레지오 등 다양한 승합차가 학원이나 교회 버스 등으로 활약하며 국내 도로를 누볐다. 이 라인업에 쌍용차(당시 KGM의 전신)도 가세했는데, 바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이스타나’다. 최근 그 희귀 모델이 현역으로 포착되면서 네티즌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벤츠 MB100 기반…“체인형 밸브 타이밍, 튼튼한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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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나는 1995년 쌍용차가 출시한 승합차로, 벤츠 MB100의 기술력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무쏘·코란도 등으로 SUV 시장에서 주목받던 쌍용차가 승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

특히 체인형 밸브 타이밍 시스템이 적용돼 당시 경쟁 모델 대비 엔진 내구성이 뛰어났고, 소모품 교체 주기도 길어 호평을 받았다. 운전석보다 앞에 엔진이 위치한 구조는 전방 충돌 시 안전성을 높였으며, 롱바디 기준 전장 5,340mm·전폭 1,855mm·전고 2,000mm에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내부 공간 활용성도 탁월했다.

승합차 강자,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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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승합차 시장은 현대 그레이스·기아 프레지오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스타나는 ‘벤츠 기술 적용’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학원버스, 종교단체 차량 등으로 많이 활용돼 1990~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익숙한 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승합차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카니발 등 미니밴 형태가 선호되면서 이스타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쌍용차 역시 주력 모델을 SUV로 집중하면서 승합차 라인업을 지속 운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돌아다녀?”…높은 중고 시세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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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이스타나 사진이 화제가 됐다. 곳곳에 바랜 도장과 녹색 지역 번호판은 노후 차량임을 짐작하게 했지만, 여전히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릴 때 매일 학원차로 탔다”, “소리만 들어도 이스타나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등 추억담이 이어졌다.

이스타나 특유의 엔진음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체인형 밸브 시스템이 가져다준 내구성은 ‘장수 차종’이라는 명성을 만들었지만, 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살짝 돌출된 엔진룸 구조 탓에 방음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노후 차량의 경우 ‘믹서기 작동음 같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시끄러울 수 있다.

“승합차 전설”이라는 이유…“기본기에 충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타나는 국내 승합차 역사에서 ‘전설’로 손꼽힐 만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차체 부식 문제로 2010년대부터 그레이스·프레지오 등 경쟁 모델이 급격히 사라진 반면, 이스타나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도로 위에서 살아남았다. 노후 경유차 단속이 덜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운행되며 중고 매물도 300~700만 원대에서 거래될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벤츠 기술 노하우가 접목된 탄탄한 프레임과 내구성 덕분”이라며 “소음이나 승차감 등은 현대 기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승합차 본연의 용도에 충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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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나는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보기 드문 차종이 됐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과 특정 용도에서 현역으로 쓰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때 국산 승합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이 차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도로 위를 달리는 그 희귀한 모습이 추억을 되살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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