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K8 겨냥했지만… 토요타 ‘크라운’, 내수시장서 부진 탈출 어려울까”
한국 준대형 세단 시장을 대표하는 모델로는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 ‘K8’이 꼽힌다. 두 차 모두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토요타 ‘크라운’ 역시 일본 내수시장에서 한때 잘 팔린 준대형 세단이었지만, 최근 다양한 바리에이션(크로스오버, 스포트, 세단, 시그니아)을 선보이고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흥행 참패… “넥쏘보다 못 팔렸다”
토요타 크라운은 16세대에 이를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일본 내수 전용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토요타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그랜저를 잡겠다”며 크라운을 한국 시장에 내놓았으나, 실제 판매량은 매우 저조하다.
다나와 자동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크라운은 고작 959대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무려 2,703대를 판매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래차로 분류돼 아직 주류 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수소차에게도 밀린 셈이다.
‘4가지 형태’ 글로벌 공략… 한국 시장에서 결과는 ‘글쎄’
크라운은 현 세대에서 크로스오버, 스포트(중형 SUV), 세단, 시그니아(왜건+SUV 스타일) 4가지 포지션으로 나왔다. 그러나 한국에는 크로스오버 모델만 먼저 출시되었다. 스포트는 일본 내수용으로 주로 판매되고 있고, 세단·시그니아 모델은 추후 한국 출시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시장 반응이 냉랭해 실제 투입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세단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그랜저·K8이라는 ‘토종 강자’**가 버티고 있고 중국 역시 중대형 세단 시장 경쟁이 치열해 크라운이 새롭게 입지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옵션·가격 미스매치, 소비자 외면 부추겨
한국에 출시된 크라운의 옵션 구성이 시장 요구와 어긋난 점도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 4,400만 원대부터 시작해 등급별로 가죽 시트·나파 가죽 등 업그레이드를 적용하지만, 크라운은 5,810만 원에 시작하고도 나파 가죽은 물론, 전동 트렁크 같은 인기 옵션이 빠져 있다. JBL 스피커·HUD·메모리 시트 등도 상위 트림에서만 제공되는데, 그마저도 6,640만 원에 달해 소비자들에게는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토요타가 렉서스와 달리 한국 시장에 대한 옵션·가격 조사를 세밀하게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수소 파워트레인도 ‘4인승 수준’ 한계… 전망 불투명
토요타는 일부 크라운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실내 공간에서 센터 터널이 높아 사실상 4인승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처럼 공간 활용성이 중시되는 시장에서 크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크라운, 극복 의지 있나… 세단 모델로 재도전 필요”
결국 크라운이 한국 시장에서 ‘그랜저 잡겠다’던 포부를 실현하려면, 필수 옵션을 기본화한 세단 모델을 합리적 가격에 다시 한 번 선보이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은 대체로 현지 소비자 입맛을 정확히 파악한 모델들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
업계 관계자들은 “크라운이 4가지 바리에이션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선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정작 핵심 시장인 한국에선 철저한 ‘마켓 리서치’ 부재로 실패한 전형적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고집스러운 내수전용 이미지를 벗고 한국인 취향에 맞춘 상품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크라운의 부진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