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곧 결정될 전망입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대한축구협회 소회의실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논의하기 위한 경기인 출신 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배 상근부회장, 장외룡, 이석재, 최영일 부회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되었으며,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브리핑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KFA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로 시작해 대회 전반에 대한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주에 예정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사항이 나올 예정이며, 결정사항은 신속히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이번 주에 있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앞서 축구협회의 경기인 출신 임원들이 모여 아시안컵의 성과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다만, 정몽규 협회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KFA)는 “오늘 오전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아시안컵 관련 회의를 진행했으며, 이번 주 내에 전력강화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일정을 조정하여 아시안컵 평가를 위한 리뷰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안컵 4강 탈락에 대한 책임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목표로 출전했으나,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전 대회 8강 진출보다는 성적이 향상되었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나 호주와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도 명확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에서는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허용하며 고전했고, 이강인의 멀티골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요르단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이후 2실점을 허용하며 역전패 위기에 처했습니다.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되어야만 패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는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게 3골을 내주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제골 이후 1-2로 역전당했고, 이강인과 손흥민의 골로 재역전에 성공했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처음에는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치른 후 대표팀은 2위에 그쳤습니다. 일본과의 대결을 피한 것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지만, F조 1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선제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조규성 선수의 극적인 동점 헤더 골로 인해 연장전으로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조현우 선수의 연속 선방으로 기적적으로 8강에 진출했습니다.
8강전에서는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호주와의 경기에서 먼저 골을 내주었습니다. 호주가 수비 라인을 내린 후반 중반부터 조금씩 공격 기회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황희찬 선수가 이를 성공시켜 사우디전에 이어 또다시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연장 전반 13분에는 손흥민 선수의 프리킥으로 역전골이 터져 4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러나 연속된 연장전의 여파로 체력 저하가 심각해지면서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상대 전략에 휘말려 유효슈팅조차 없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하고, 요르단의 야잔 알나이마트, 무사 알타마리 등 주요 공격수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등 집중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0-2로 패배하며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은 종료되었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결승전까지 숙소 예약을 연장하라”고 자신감을 보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요르단 감독과의 악수에서도 환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책임이 필요하며, 많은 분석을 통해 경기를 돌아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경기 후 미소에 대해서는 “상대팀을 축하하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가 잘했을 때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축하하는 것에 대해 웃음을 보이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한 날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팀을 이끌고 있어 매우 행복하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패배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점도 많았고, 월드컵 예선 준비가 중요하다”고 답하며 사임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는 “대회 4강 진출은 실패라고 볼 수 없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직접 경험했다”며 이번 대회를 실패로 보지 않는다고 자평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업무 방식에 대해 “변화는 없을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과 비판은 존중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국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축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에 열릴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경질 위기에 처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컵에서의 그의 지도력을 평가하고, 그가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호를 평가하고 관련 의견을 정리한 후 집행부가 보고를 받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다음 달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어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정을 최대한 서둘러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력강화위원회의 의견에 관계없이 최종 결정은 정몽규 회장의 몫이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경우 지불해야 할 거액의 잔여연봉과 다음 회장 선거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여 클린스만 감독과의 동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사이의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이며, 대회 결승전까지 약 2년 5개월 정도가 남아있다.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연봉 29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경질 시 약 70억원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는 축구협회의 올해 예산 1,876억원의 3.7%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며,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욱 커진다.
축구계에서는 정 회장의 ‘정치적 판단’도 경질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가 내년 1월 열리는 가운데, 정 회장은 4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작 중요한 정 회장이 이번 회의에 불참하면서 실속 없는 회의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평가 대상인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이틀 만인 지난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귀국 인터뷰에서 다음주께 출국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빠르게 한국을 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 회장과는 현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두 번 정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대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회를 치르면서 봤던 긍정적인 얘기들도 많이 했고, 우리가 지금 크게는 대회지만 한 경기 한 경기 분석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 좋았던 점들, 아까 말씀하신 실점이 많았던 그런 부분들은 분명히 우리가 보완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지, 당장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얘기도 나누면서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서 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라고 정 회장과는 이미 이야기를 몇 차례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리뷰회의에는 두 사람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권자와 평가대상자 모두 불참하는 가운데 KFA가 경질 혹은 유임 중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