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은 기대를 뛰어넘는 이변으로 가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러 ‘저주’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를 두고 아시아 각국이 벌이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에서 나온 것이다. 예상을 깨는 결과들에 대한 변명이자,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저주 시리즈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① ‘이란의 저주’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이란의 저주’였다. 이 저주는 3일(한국 시간 기준)에 펼쳐진 이란과 일본의 8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두 팀의 대결로 인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4년 만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란의 저주’는 이란을 이긴 팀이 바로 다음 경기에서 탈락한다는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저주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6번의 대회 동안 이란을 이기고 올라간 팀 중에는 결국 웃은 팀이 단 한 팀도 없었다.
이 저주의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우리나라는 이 저주에 세 번이나 걸려 넘어졌다.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8강에서 이란을 2-1로 이겼으나, 4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2007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공동 개최한 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이란을 이겼지만 4강에서 또다시 탈락했다. 8강에서 이란을 이긴 뒤 4강에서 탈락하는 불운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반복되었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이란을 이겼으나, 4강에서 일본에 패했다.
2004년 중국 아시안컵에서는 홈팀인 중국이 이 저주의 희생양이 되었다. 중국은 4강에서 이란과 승부차기 끝에 겨우 결승에 진출했으나 결승에서 일본에 1-3으로 패배했다. 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국인 일본도 이 저주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이란을 4강에서 3-0으로 압도했으나 결승에서 카타르에 1-3으로 패배했다.
클린스만호는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이란과의 맞대결을 피했다. 만약 저주가 진짜라면 앞으로의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 축구 대표팀이 7일 0시에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승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승에서 이란을 만난다면 큰 경기를 치를 것이고, 카타르가 이란을 이겨 결승에 오른다면 ‘이란의 저주’로 인해 결승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② ‘가짜 금메달의 저주’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가짜 금메달의 저주’라는 오래된 악몽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 저주의 시작은 1956년 제1회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뒤, 1960년 제2회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을 때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협회는 선수들에게 진짜 금메달이 아닌 금 도금 메달을 수여했고, 이로 인해 선수들은 분노하여 메달을 반납했다. 이 사건은 당시 큰 논란이 되어 검찰의 수사까지 이어졌다.
협회 측은 처음에는 순금 메달을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비용 문제로 금은방 주인이 도금 메달을 만들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협회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순금 메달을 제작하기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그 후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등의 부진을 겪어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축구계 원로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순금 메달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전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결국 2014년 대한축구협회는 23개의 순금 메달을 제작하여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 혹은 그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짜 금메달의 저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과연 64년 만에 이 저주를 깨고 우승할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③ ‘에듀케이션 시티의 저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저주”라 불리는 새로운 저주가 축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 저주는 경기 후반 90분 이후에 득점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2022 카타르 월드컵과 이번 아시안컵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들을 보면, 90분 이내에 나온 골은 3골에 불과한 반면, 그 이후에 터진 골은 4골에 달한다.
이 저주는 우리나라와 일본에게 각각 다른 운명을 가져다주었다. 한국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일본은 같은 경기장에서 이란과의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을 내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저주”는 이란과 일본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 영향력을 잃었다. 남은 경기들은 모두 다른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④ ‘TV아사히의 저주’
경기 패배 후 애꿎은 데에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8강에서 탈락한 일본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을 받은 모습인데, 패배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TV아사히의 저주’를 꼽고 있다. TV아사히가 중계하는 축구 대표팀 경기에서 일본의 승률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TV아사히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조별리그 이라크전과 8강 이란전 등 두 경기를 중계했는데, 일본은 두 경기 모두 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전도 TV아사히에서 중계했으며 당시에도 일본은 졌다.